수첩과 기록지 위에서 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 눈빛이 번뜩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편안하게 경기를 즐기는 관중이 아니다. 고교야구 유망주들을 관찰하는 국내 프로야구단 스카우터들로 성남시장기 경기도야구대회 고등부가 진행중인 성남의 탄천야구장 현장의 모습이다.
탄천야구장 본부석에는 어제도 오늘도 10여명의 스카우터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성남시장기 고교야구에 출전한 팀들이 벌이는 모든 경기를 살펴보는 국내프로구단 스카우트팀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여 관심 있는 선수들의 작은 움직임이라도 놓칠까봐 스피드건을 내세우며 볼 하나하나를 응시하고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잠깐 쉬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스카우터들의 존재감에 자신의 실력을 더 보여주려는 선수들, 선수들의 숨은 강점을 하나라도 더 발굴하려는 스카우터들. 이렇듯 탄천야구장은 후끈 달아오른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벌이는 대결 못지않게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한 그들의 전쟁도 흥미롭다.
고교야구는 프로야구의 '젖줄'이나 다름없다! 류현진, 이대호, 김현수 같은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고교에서 바로 프로로 직행한 선수들로 유명하다. 우수한 고교 유망주들을 얼마나 영입하느냐에 따라 프로야구 각 구단의 희비가 엇갈리는데 모든 것은 스카우터들의 영입 전쟁 현장에서 판가름 난다.
구속을 측정하는 스피드건, 주력을 측정하는 초시계, 기록하기 위한 캠코더와 노트북 등은 스카우터가 반드시 휴대해야 하는 필수 장비이다. 그래도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를 보는 눈이다. 투수는 제구력이 있는지, 구속은 얼마인지, 어떤 변화구를 던질 수 있고 각은 어떤지를 본다. 타자는 멀리 칠 수 있는지, 맞히는 재주가 있는지, 발은 빠른지가 관심 사항이다. 투수와 타자 모두 경기 운영 능력과 대담성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한화이글스 스카우터 김인철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스포츠 그것도 야구를 접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질문으로 질문하겠다. 먼저 본인을 소개해달라.
- 저는 포철공고를 졸업해 1991년부터 삼성라이온즈에서 투수로 활약했으며, 어깨부상으로 2000년부터는 타자로 전향해 이후 기아타이거즈, 한화이글스에서 뛰면서 2007년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스카우터들의 행보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연습과정 등 상당한 범위가 있는데 이런 곳을 접하면서 요즘 고교야구 선수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예전 적어도 10년 전보다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교팀들이 깊고 어려운 훈련을 집단적으로 소화해내는 것보다는 보다 자율적인 측면이 저변에 확대되어 있는데 이는 엄격히 개인과 팀 훈련이 구분되어 메이저리그 야구단 차원의 방식으로 대세를 따라가는 것 같고 그만큼 많은 한국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이 아닌 지방 그것도 지역에서 열리는 야구대회에 대해 스카우터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선수들의 행동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하는 입장에서 그 일이 너무나 버겹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수행하려면 중앙, 지방 가릴 틈이 없는데, 이번 성남시장기 야구대회는 단 기간에 여러 선수들을 한 번에 접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로 너무나 고맙지요. 아시겠지만 대회 첫날부터 우리 한화이글스도 일본인 팀장님을 필두로 3명의 스카우트 관계자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이번 성남시장기야구대회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한다면?
-이번 대회는 각 팀이 올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포석을 놓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특히 성남시장기대회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야구대회로 경기도는 물론이고 수도권에서 가장 큰 야구행사로서 이미 정평이 나있듯이 수준 높은 심판진, 의료진, 안전, 청소, 관중동원 등 모든 것까지 주관을 맡은 성남시야구협회가 매우 섬세하게 준비했고 그러면서 선수들이 차분하게 제 경기력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성남시가 많은 예산을 지원해서 야구장시설에 만전을 기한 것 같지만 옥의 티처럼 몇 군데 그물망의 마무리가 덜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 기간중에는 일본 독립리그팀의 트라이아웃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행사로 많은 야구인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재명 시장님의 성남시는 물론 성남시야구협회 관계자들의 뛰어난 감각과 이를 집행하는 노고에 야구인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