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한마음이 되어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며 기쁨과 안타까움을 함께 나누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빙상스포츠는 일반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귀족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빙상스포츠 경기와 선수들의 모습은 TV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인체의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 분야의 세계 제1인자를 우리나라 선수 김연아가 등극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잖은 체면에 피겨스케이팅이나 갈리쇼 방송을 시청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까지도 이제는 전혀 게르치 않은 표정들이다. 그것은 분명 김연아 효과이다. 김연아. 티 없이 맑다. 김연아를 떠올리면 즐겁다. 혼신의 힘을 다한 얼음 위의 열연은 아름답다. 이렇게 맑고 고운이미지에 더불어 최고의 이미지를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에 너도 나도 차용하여, 모든 종류의 상품은 ‘김연아가 홍보하는 상품’과 ‘김연아가 홍보하지 않는 상품’ 두 종류로 나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유 홍보에서부터 가전제품, 자동차에 이르기 까지 TV만 켜면 김연아의 얼굴이 나온다. 매일 보는 김연아. 늘 내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상품들을 함께 쓰고 있는 친숙한 김연아를 떠올리면서 함께 웃고 함께 기뻐하는 집단체면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두를 꺼내는 것은 모처럼 우리 국민들의 환한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과 현대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태안의 유류오염사고, 그 사고와 인연이 있는 삼성과 현대가 김연아의 이미지와 우승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효과를 추산하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 검은 바닷가에서 서럽게 우는 이들의 울음소리가 있었음을 상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연아가 온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물한 날,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건 피해민 손해배상 전 대책위원장 고 성정대 위원장이 사고가 있고 난후 네 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론에서 관심도 없이 단신으로 보도된 이 비보를 나중에야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그들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무기력함에 나는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다.
18대 국회출마도 하지 못했던 아픔, 일하고 싶고 일해야 한다는 어업인들과 주변의 권유로 보궐선거에 도전하였던 것도 이런 분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재진입에 실패하여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던 나로서는 홀로 그 바다를 찾아 술 잔 부어놓고 고인의 명복을 빌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에 바다’라고 한다는 말 마냥,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이후 국민적인 관심과 봉사덕분에 그 바다는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냥 푸르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그 바다는 예전의 그 바다가 아니며, 그 바다를 농토로 삼아 바다농사를 짓던 그 어업인들은 그 어업인들이 아니다. 더구나 그 바다는 예전의 그 바다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그 바다라고도 말할 수 없는 어업인들은 답답한 심정과 삶의 터전을 잃고 영세한 자금력에 어렵게 동원한 부채에 나날이 늘어가는 이자에 고통 받는 피해어업인 을 보면서 자신의 고통에 더하여 대표로서의 스트레스와 책임감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다.
목숨을 내놓으면서 까지 까맣게 썩어버린 어업인들의 서러움을 알리고 싶어 했던 성경대 위원장의 죽음은 화려한 김연아의 동계올림픽 우승의 환호 속에 파묻혀 버렸다. 공교롭게도 김연아가 귀국하던 날 고인의 장례식이 태안군민장으로 열렸다.
고인은 자살하던 날도, 장례를 치른 날도 김연아의 스포트라이트에 묻혔다. 물론, 김연아의 잘못은 전혀 아니다. 신문과 방송의 잘못이다. 외롭고 소외된 곳을 언론마저 외면한다면 이 사회는 하나의 국가, 국민으로서의 동질성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태안 유류사고 이후 태안어업인들은 2년 동안 삼성과 현대오일뱅크라는 대기업과 정부 및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과 보상협상을 하면서 기력을 쇠진할 만큼 지쳐있는 상태다.
고인은 유서에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하고도 원만한 배상이 이루어지길 촉구합니다!”라고 썼다고 한다. 이 순간 고 성정대 위원장과 똑 같은 말을 되 내이며, 이 무력감에서 헤어나 우리 어업인들을 위해 다시 맨 앞에서 뛸 수 있도록 각오를 새롭게 해 본다.
"바다를 알지 못함은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제3의 물결을 주도할 4개 핵심 사업으로 해양개발 정보통신 우주개발 생명공학을 제시했다. 또 폴 케네디는 21세기를 해양의 세기로 전망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께서 해양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의회에 던진 메시지다.
우리도 협소한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의 열쇠는 바다이다. 바로 경제의 보고, 교통의 중심, 문화 수입의 첩경, 물자 교류의 대로인 녹색성장이 바다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추구하고 있는 녹색성장의 기본이 바다에 있다」
일자리도, 부가가치도, 건강도, 모든 인류생존의 장이 바로 바다이다. 일찍이 해양부국론을 내세웠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집단, 사법부 구성원들, 행정관료, 경제인 등 국민 모두가 바다는 훌륭한 “인류생존의 장”이라는 인식의 기본 아래 목숨과 바꾸고 있는 삶의 터전에 대한 어업인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깊은 성찰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