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T 촬영 시 방사선 노출로 인한 '발암위험도 증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
- 세계 최초로 충수돌기염 진단에 방사선 노출을 1/4로 줄인 저선량 CT 활용
- 무작위 대조 비교임상시험을 통해 저선량 CT 유용성 세계 최초 입증
- 충수돌기염 진단에 저선량 CT 활용하는 새로운 검사 기준 제시
- 의학연구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신호(4월 27일) 게재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정진엽) 응급의학과 김규석 교수, 영상의학과 이경호 교수팀이 충수돌기염 진단에 방사선량을 1/4로 줄인 저선량 CT를 사용하여 그 유용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
흔히 맹장염이라 불리는 '충수돌기염'은 맹장 끝에 붙어있는 충수 돌기에 발생하는 염증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9만 5천여 명이 수술을 받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2010년 건강보험 주요수술통계자료) 어린 아이에서부터 고령까지 모두 걸릴 수 있으나 주로 젊은 성인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충수돌기염의 경우 비교적 간단히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나타나는 통증 양상이 모호하여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자칫 수술이 지연되면 충수가 터지는 등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커져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최근 대부분의 병원에서 CT를 활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충수돌기염 진단을 내리고 불필요한 수술이나 충수가 터지는 천공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그러나 CT 사용으로 충수돌기염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은 가능해졌으나 CT 촬영 시 방사선 노출에 의한 발암위험도 증가에 관한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으나 발암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에, 저선량 CT를 통해 방사선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전세계 의학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 참고문헌 :Brenner DJ, Hall EJ. Computed tomography-an increasing source of radiation exposure. N Engl J Med 2007;357;2277-84
<15~45세에 촬영한 단 한 번의 표준선량 복부 CT의 방사선으로 인해 암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할 확률을 보여주는 그래프. 연령이 낮을수록 그 위험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규석․영상의학과 이경호 교수팀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충수돌기염 진단에 방사선량을 1/4로 줄인 저선량 CT를 사용하여 그 유용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의학 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NEJM에 논문을 수록했다.
연구팀은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중 충수돌기염 진단을 위해 CT 검사가 필요했던 15-44세 환자 891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대조 비교임상시험을 실시하였다. 무작위 배정을 통해 444명은 방사선량을 1/4 줄인 저선량 CT를 촬영하였고 나머지 447명은 일반선량 CT를 촬영한 결과 방사선 노출이 적은 저선량 CT로도 충수돌기염 진단이 잘 되는 것을 입증하였다.
충수돌기염 의증으로 수술 후 결국 염증이 없다고 판명된 비율이 저선량 CT 군에서 3.5%, 일반선량 CT 군에서 3.2%로 차이가 없었고 충수돌기 천공률도 저선량 CT 군에서 26.5%, 일반선량 CT 군에서 23.3%로서 차이가 없었다.
구 분
충수돌기염 의증
(수술 후 염증 없다고 판명)
천 공 률
일반선량 CT
3.2 %
23.3 %
저선량 CT
3.5 %
26.5 %
일반적으로 CT 촬영 시 방사선량을 낮추면 영상의 화질 또한 함께 낮아져 진단에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복부는 많은 장기들이 복잡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진단 시 고화질의 영상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충수돌기염은 매년 9만 여 명이 수술을 받고, 실제로 충수돌기염 진단을 위해 CT를 촬영하는 인구는 수술인구의 2~3배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에서만 매년 20여만 명이 충수돌기염 진단을 위해 복부 CT를 촬영하는 셈이다.
또한 충수돌기염은 청소년을 비롯한 성인 연령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충수돌기염 진단에 저선량 CT의 유용성을 입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방사선 노출로 인한 잠재적인 암발병 위험률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규석 교수는 “NEJM에서 이 논문을 채택한 것은 CT 검사 시 방사선 노출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전 세계 의학계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이라며 “충수돌기염에서 저선량 CT의 유용성을 입증함에 따라 충수돌기염 진단에 저선량 CT를 이용하는 것이 표준 방법으로 자리 잡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상의학과 이경호 교수는 “이 연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경희대학교, 인하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많은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이룬 결실”이라며 “세계 의학계가 기다려 온 연구를 한국 의료진이 해 낸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향후 여러 병원이 함께 참여하여 임상 시험을 확대하는 등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가 게재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은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53.5로 사이언스(31.4)나 네이처(36.1) 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NEJM에 이름 올리는 게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국내에서 NEJM에 논문을 게재한 의사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장동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