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정기휴가를 맞이하여 화창한 날씨에 외할머니와 부모님을 모시고 현충원을 방문했다. 우리 부대에서는‘장병 역사관 의식 개선’을 위해 ‘휴가 중 역사현장 방문시 다음 휴가 때 1일 추가’이벤트를 실시중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국립현충원에 도착했다.
처음 정문을 통해 들어가서 보이는 충성 분수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는 생각 자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잘 정리된 길을 통해 분수대를 지나 현충문으로 향하는 길에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에서 내린 후, 눈 앞에 보이는 웅장한 현충문의 모습에 압도당해 한동안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현충탑 밑으로 한걸음 한걸음 향하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느껴지는 엄숙함 외에 가슴으로 와 닿는 무언가가 ‘그냥 잠깐 들렸다 가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온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TV를 통해서만 보던 길을 걸어 눈에 익은 제단 앞에 서서 현충탑을 올려보는데 밑 부분에 짧은 글귀 하나가 써 있었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박정희 전 대통령님께서 휘호하신 글로 긴 글은 아니였지만 글귀 속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입대를 하여 군복무를 하고 있지만 문득‘과연 내가 나라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충원 같은 역사적인 곳에 온 것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나라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조상님과 함께 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고 나 자신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사실 내 나이 또래쯤엔 친구들 또는 형, 동생들과 어울려 놀러가거나 술을 마시며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제일 많다. 굳이 현충원이 아닐지라도 의미가 있는 곳이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작은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단결되고 역사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게 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국립현충원 방문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현충원, 기념관.. 이런 곳은 입대 전엔 전혀 갈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현재 군인인 나조차도 모르고 있던 사실도, 장소도 많았고 과거에 조국을 위해 싸우시다 전사하신 선배 전우님들을 다시 한 번 본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끝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신 현충원에 계시고 우리나라 곳곳에 잠들어 계신 조상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남은 군 복무도 최선을 다할 것 이다. 충성!